[칼럼] 휴머노이드 혁명의 파도 (김상균의 메타버스)
2025.05.07 Views 59
김상균 | 인지과학자·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
올해 초 시이에스(CES) 2025 행사에서 엔비디아의 젠슨 황은 로봇의 챗지피티 모멘트가 곧 올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는 챗지피티로 인해 인공지능 기술이 놀라운 성장을 보여줬듯, 로봇 기술이 폭발적 도약 직전에 있음을 뜻한다. 실제로 테슬라, 베엠베(BMW), 아마존, 비야디(BYD) 등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인간의 외형을 닮은 로봇 휴머노이드를 산업 현장에 도입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가정용 휴머노이드 출시 계획까지 발표했다. 모건스탠리는 10년 내 로봇과 휴머노이드 시장 규모가 60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봤다. 이는 전세계 자동차 시장의 20배에 달하며, 스마트폰 혁명을 능가할 혁신으로 평가된다.
주요국이 휴머노이드 산업에 집중하는 이유는 노동력 부족과 생산성 한계를 해결하고 차세대 산업의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함이다. 미국 테슬라는 자체 개발한 옵티머스 휴머노이드를 공장에 투입해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중국 역시 정부 주도로 휴머노이드 산업 육성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중국 기업 유비테크 로보틱스의 휴머노이드는 이미 자동차 공장에서 조립과 안전 점검 등 사람을 대신해 활약 중이다. 첨단 인공지능 기술을 앞세운 미국과 제조 인프라로 무장한 중국은 휴머노이드를 둘러싸고 이미 미래 산업의 패권 경쟁에 돌입했다.
한국은 어떨까? 한국은 이미 제조와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제조업에서 사용하는 산업용 로봇의 밀도는 세계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자동화 수준이 높다. 현대자동차는 세계적인 로봇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해, 올해 말부터 아틀라스 휴머노이드를 생산 라인에 시험 투입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역시 로봇 전문기업 레인보우 로보틱스를 인수하고 역량을 키우고 있다.
그러나 국내 전반에서 휴머노이드 산업을 바라보는 전략적 시각과 열기는 아직 미흡하다. 산업용 로봇이나 청소, 배달 로봇과 달리, 인간형 로봇인 휴머노이드를 미래의 핵심 사업으로 키우려는 기업은 손에 꼽힌다. 정부 정책 역시 청사진만 있을 뿐 속도감이 떨어진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휴머노이드 등장으로 발생할 사회적 변화와 그 파장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논의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휴머노이드는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넘어 사회 전반에 걸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휴머노이드 혁명의 시대를 맞아 우리 사회는 기술 혁신의 혜택을 모든 시민이 함께 누릴 수 있도록 분배 정책과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 휴머노이드가 일자리를 대체할 경우 발생할 소득 감소와 사회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로봇세와 같은 혁신적 발상도 필요하다. 특히 돌봄 분야에서 휴머노이드가 인간의 역할을 대신하게 되면 인간적 돌봄의 가치와 복지 형태에 대한 깊은 고민도 뒤따라야 한다.
휴머노이드는 경제적 기회인 동시에 노동, 윤리, 문화 등 사회 전반에 걸친 도전 과제를 던진다. 규제와 법제 정비는 반드시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기업들도 기술 개발 초기부터 윤리적 책임과 사회적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국민 개개인은 이러한 기술 변화가 자신의 삶과 직결된 문제임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잡고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지 못한다면, 거대한 혁신의 흐름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휴머노이드 혁명의 문턱에서, 한국은 준비됐는지 무겁게 묻고 싶다.